변한 건 세대가 아니라 시대다
- 대학 서열에 따라 인간의 능력, 태도 자체에 우열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을 멸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스스로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학생들을 멸시하는 편을 선택한다.
- 빈곤 청년층은 알바하랴 구직 활동하랴 생존 자체가 급해서 투쟁할 여력이 없다. 반면 그럭저럭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은 월급은 적고 미래에 대한 큰 꿈은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취미 생활에 만족하면서 저성장시대에 맞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일본 젊은이들은 이처럼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왜 저항하려고 하지 않는 겁니까"라고 묻자, 노리토시는 "왜냐하면, 일본의 젊은이들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에 만족한다고 답한다. 일본이 지금보다 더 심각한 격차사회, 계급사회가 되면 역설적으로 행복지수 자체는 올라갈 수도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고도성장기의 버블이 다꺼진 지금,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 그렇다고 현재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에게 멸망의 예언으로 위협하는 카산드라가 설득력이 있을 리는 없다. 트로이 사람들도 믿지 않았다.
우리 이웃들이 겪는 현실
필리핀 법관의 눈물
-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가 마흔여섯 살인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구타당해 갈비뼈 18개가 부러진 채 사체로 발견되었다. ~ 슬에 취해 귀가한 남편은 후안마이가 가방에 여권과 옷을 꾸린 채 외출복 차림으로 있는 것을 보고는 사기결혼을 당하여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격분하여 그녀를 살해했다.
아무리 사실이라 믿어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 우리의 본성은 전자발찌를 채워야할 상습 전과자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선비질'을 해야 한다.
말이 흉기다
- 사람이 사람을 살해하는 주된 동기는 과연 무엇일까. 재판 경험에 비춰보면 의외로 '자존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 옳은 충고도 '싸가지 없이' 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심이 담긴 필요한 말이라고 해도 배려심 없이 내뱉으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인천의 비극
- 이 두 사건에 관하여 어리석다. 욕심이 과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많다. 맞다. 어리석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원래 어리석은 존재다. 특히 희망 앞에서 눈이 어두워진다.
증인에 대한 예의
딸 잃은 아비를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
- 인도의 한 왕이 숲으로 사냥을 갔다가 예쁜 아기 사슴을 발견하고는 활을 쏴 명중시켰다. 그런데 활을 맞지도 않은 어미 사슴이 죽은 아기 사슴 옆에서 슬피 울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왕이 어미 사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조각조각 찢겨 있었다. 왕은 두 사슴을 고이 묻어주고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 분노가 결론의 엄정함을 좌우한다면, 이는 문명국가로서의 이 나라의 침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학의 힘
- 심리학이든 다른 어떤 학문이든 결국 인간의 여러 특성 중 범주화할 수 있는 보편성을 추출해서 보여준다. 문학은 그보다 훨씬 풍부하게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준다. 후자에 대한 이해 내지 상상력 없이 이루어지는 재판은 침대 길이에 맞춰 인간의 신체를 절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전락할 수 있다.
- 그들은 충동적이고, 불가해하고, 모순 덩어리인 인간 마음의 꿈틀거림을 묘사하는 것에 몰두한다. 그리고 그 관찰의 주된 재료는 작가 자신의 내면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마음을 스쳐갔던 온갖 미묘한 감정과 충동들, 질투, 선망, 욕정, 열등감, 우월감, 증오, 살의... 자신을 주어로 하여 털어놓기는 어려운 날것의 내면적 충동들을 재료로 상상력을 가미하고 증폭, 변형하여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창조해낸다.
- 통상적인 사고의 범주를 넘어선 예외적 인간의 극단적인 상상력과 조우했을 때 오히려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 인간의 본성을 진화심리학으로 바꾸는 스티븐 핑거,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를 토대로 행동경제학을 발전시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도덕감정의 차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조너선 하이트, 프레임이라는 인간 심리의 작동 기제를 토대로 미국 현실 정치에서 민주당이 패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여 오바마 당선을 도운 조지 레이코프, 역시 인간 심리의 작동 기제에 관한 과학을 토대로 저항감 없이 인간 행동을 바꾸는 '넛지' 방식의 자유적의적 개입주의를 주창하고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개혁 책임자로 자기 이론을 현실에 반영한 캐스 선스타인.
- 칩 히스, 댄 히스 형제가 쓴 스위치다. 이들이 이론적 토대로 삼은 것은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연구 결과들이다. 하이트는 인간의 감성적 직관적 측면이 거대한 코끼리라면 이성적 측면은 거기 올라탄 작은 기수라고 비유한다.
-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과격한 목소리들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가진 집단의 반발과 결속만 강하게 만들어 의견의 양그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한 진영 내부에 생기는 작은 균열에서 변화의 지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균열을 만드는 것은 같은 진영내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 목소리들이다.
-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슬쩍 다른 길로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창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만 고집하지 않고 당장 개선가능한 작은 방법들을 바로 적용했고, 작지만 끊임없이 균열을 일으켰다. 영웅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장그래에게 기회를!
- 경영자야말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 그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는 조직 내 관료주의의 벽을 부수는 능력. 그리고 더 중요한 능력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는 능력이다.
- 회생에 성공하거나 파산하는 기업들의 생사를 가른 요인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경영자의 자세'였다.
- 결국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현재에 굳건히 두 발을 딛고 서 있으되 눈은 미래를 바라보는 빛나는 기업가를 보면 함께 꿈꾸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조정 달인의 비결
-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감히 대단한 명답을 제시해 분쟁을 해결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이 멍석만 깔아주면 되는 거였다. ~ 오직 진심만이 그 신뢰를 얻는 열쇠일 것이다. 조정 달인의 비결은 아마도 이것이었던 것 같다.
서른아홉 살 인턴
-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그를 보며 감복한 당사자들이 감사의 표시를 한 일이 몇 번인지 모를 정도다. 그를 보며 늘 배운다. 행운이다.
'머니볼'로 구성한 어벤저스 군단
- 또한 인간에게는 금전적 보상 이상의 보상도 있다. 타인들의 인정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자주 이분들의 노고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 애쓴다.
우리가 공동구매할 미래
- 기업가들의 추진력과 야심,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낸 산업적 풍경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들도 결국 사회의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으로 만나보면 큰 기업가들도 별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상식과 선의를 가진 사람이 많다. 문제는 기업가 개인이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이윤 창출과 효율성이라는 기업의 논리가 더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
- 인간에게 있어 동료 인간이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은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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